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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살이 벳부

4일차 · 10/1 목 · 아침 · 7편 중 1

오늘은 관광객이다

Leave before you miss home.

사흘 동안 생활인으로 지낸 도시에서, 오늘 하루는 줄을 서보기로 했다.

오늘은 순서를 내가 깬다

8시 20분 버스를 타려고 가는 길이다. 늦지 않게 가야 하는데, 오늘 하루가 이제 시작된다. 관광객으로서. 벳부에 온 지 나흘째인데 이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열흘 동안 여기 살아보려고 온 것이어서, 지금까지 아침은 달리기와 온천과 도시락이었고 낮은 일이었다. 오늘 하루만 그 리듬을 비워뒀다.

사흘 동안 아침은 늘 같았다. 바닷가를 달리고, 시영탕에 들어가 땀을 빼고, 전날 반값에 사둔 도시락을 먹고, 낮에는 일을 했다. 사흘 만에 몸이 그 순서를 외웠다. 오늘은 그 순서를 내가 깨기로 한 날이다. 버스를 일찍 타야 해서 아침 달리기를 건너뛰었다.

08:13 — 오늘은 이 길을 뛰지 않는다
08:13 — 오늘은 이 길을 뛰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깨려고 하니 습관이 먼저 나왔다. 나가기 전에 오늘 처리해야 할 일부터 빨리 끝내놓고서야 집을 나섰다. 놀러 가는 날인데도 일을 치우고 나간 것이다. 8시쯤이었다.

20분

08:18 — 승강장에 가서야 알았다
08:18 — 승강장에 가서야 알았다

승강장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8시 20분 차인 줄 알고 서둘러 나왔는데 8시 40분이었다. 20분이 그대로 남았다. 다행이다 싶었다. 제시간에 맞춰 나왔으면 바로 버스에 올라 창밖만 봤을 20분이다.

그래서 역 구내를 한 바퀴 돌았다. 사흘 동안 이 역을 몇 번이나 지나다녔는데, 볼일 없이 서서 안을 들여다본 건 처음이었다.

08:20 — 벳부가 그려진 테이프들
08:20 — 벳부가 그려진 테이프들
08:22 — 과자를 파는 곳
08:22 — 과자를 파는 곳

가서 먹을 간식도 좀 샀다. 이런 걸 더 많이 보기라고 하나.

08:24 — 샐러드 267엔
08:24 — 샐러드 267엔

남들의 아침

08:29 — 아침의 역 통로
08:29 — 아침의 역 통로

사람들을 보니까 여기가 JR 열차도 다니는 역이고 관광객들도 많이 오가는 역이라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아침을 해결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서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캐리어를 세워두고 빵을 먹는 사람, 아침부터 줄을 선 사람. 삶이 되게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줄

08:35 — 1일권을 손에 들고 줄을 선다
08:35 — 1일권을 손에 들고 줄을 선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줄을 서 있는데,
진짜 나도 관광객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는 이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1일권을 손에 쥐고 남들 뒤에 줄을 선다. 어색하기보다는 어쩐지 재미있었다. 그래서 오늘 즐겁게 잘 보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버스에 탔다.

08:36 — 8시 40분 버스가 들어왔다
08:36 — 8시 40분 버스가 들어왔다

머물다가 떠나는 것

이렇게 현지에 적응을 해놓고 하루 날을 잡아서 이동하는 일정을 갖는 건 꽤 괜찮은 것 같다. 바쁘게 와가지고 여기저기 힘들게 다니다 보면 에너지를 회복할 시간이 없지 않은가. 돌아갈 방이 있고, 내일도 같은 자리에서 아침을 먹을 거라는 걸 알고 나서는 하루가 다르게 흘러간다.

머물다가 여행을 가는 것은 사는 것이지만,
계속 움직이는 것은 그냥 관광객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유래가 있는지도 차분히 알아보고 갈 수 있으니 당연히 가서 보는 것도 많을 테다. 오늘 올라갈 산이 어떤 산인지도 어젯밤에 읽어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