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22분을 일하고 나오니 맞춘 듯이 라스트 오더였다. 그래서 편의점으로 갔다.

점심과 버스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밖이 아주 컴컴해질 때까지 그곳에 꼭 박혀 있었다.

마지막에 퇴실하며 찍은 화면을 보니 점심시간을 포함해 10시간 22분을 썼다. 요금은 하루치 최대인 1,600엔. 우리 돈으로 1만 4천 원쯤이다.

맥주 한잔 할까 싶어 점찍어둔 수제맥주집으로 갔다. 어제 저녁 동네를 돌 때 지나치며 봐둔 곳이다.

입간판 앞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라스트 오더 9시 30분. 딱 그 시각이었다. 안에 앉아서 한잔이라도 하고 들어가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사실 내일 일정을 일찍 시작해야 하기에 오히려 잘되었다 생각했다. 내일 저녁에 꼭 들러서 맛난 맥주들을 맛볼 것이다. 벳부를 대표하는 브루어리인 만큼 기대가 된다.


오늘은 종일 업무를 본 덕분에 몸이 좀 지친 터라, 편의점에서 사온 이런저런 음식들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다.


문 닫힌 브루어리의 맥주를, 어제 사둔 병으로 마셨다. 이미 슈퍼마켓에서 사 마신 첫 경험으로는 꽤 수준 높은 브루어리임에 틀림없다.
잠시 하루를 돌아보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이 글을 적고 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그 기억이 옅어질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에 말이다.

아침에 세웠던 계획대로 낮 동안 물을 얼려뒀다. 밤에는 냉장고를 끄고 냉동실을 석빙고처럼 쓴다. 첫날에는 소음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그냥 이 집의 사정이 됐다.
아침 달리기부터 숙소에 돌아와서의 편의점 만찬까지,
게다가 점심때 만난 현지 친구들까지.
꽤 벳부의 속살로 조금은 다가선 하루였다.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짧지만 이곳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