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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살이 벳부

3일차 · 9/30 수 · 점심 · 4편 중 3

히토야스미, 그리고 첫 친구들

Leave before you miss home.

밥과 국은 나오고 접시는 내가 채운다. 그 옆자리에서 벳부의 첫 친구들을 만났다.

교수님이 못 가본 집

13:44 — 점심을 먹으러 잠깐 나선다
13:44 — 점심을 먹으러 잠깐 나선다

히토야스미(一休み)는 벳부를 다녀간 적 있는, 잘 아는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일본식 가정식 식당이다. 여행 왔을 때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봤다면서 나보고 꼭 가보라고 알려주신 곳이다. 그래서 찾아가봤다.

14:04 — 카운터 너머가 바로 주방이다
14:04 — 카운터 너머가 바로 주방이다

한국에서 사무실에서 일하다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백반집을 찾아가는 거랑 꼭 닮은 상황이었다.

14:04 — 마카로니 샐러드, 무·당근 무침, 야채볶음. 오늘의 반찬이 카운터에 늘어서 있다
14:04 — 마카로니 샐러드, 무·당근 무침, 야채볶음. 오늘의 반찬이 카운터에 늘어서 있다

자리에 앉으면 밥 한 공기와 국을 내어주신다. 나머지 반찬은 접시에다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덜어서 먹는 뷔페식이다. 생각보다 모든 반찬이 내 입맛에 맞아서, 여기서 점심을 먹을 때는 무조건 이곳이다 싶었다.

14:04 — 밥과 국은 나오고, 접시는 내가 채운다
14:04 — 밥과 국은 나오고, 접시는 내가 채운다
14:20 — 두 번째 접시
14:20 — 두 번째 접시

벳부에서 만난 첫 친구들

식당에 들어서 어설프게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옆자리에서 처음이냐면서 접시를 쥐어주며 아무 음식이나 먹고 싶은 만큼 덜어서 먹으면 된다고 알려줬다. 원래 맨 끝자리에 앉으려다가 그들 무리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페이스 벳부라는 곳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며칠 지내냐고 묻길래 9일을 지낼 예정이고 어제 벳부에 왔는데 벌써 온천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했더니 정말 놀라는 눈치였다.

14:11 — 벳부에서 만난 첫 친구들
14:11 — 벳부에서 만난 첫 친구들

게다가 정말 신기했던 것이, 내가 벳부에 오기 전에 특강을 제안하려고 검토했던 APU를 졸업한 친구들이었다. 벳부 산 위에 있는 국제대학인데, 일본인 학생과 유학생 비율이 거의 반반이고 수업이 영어와 일본어 양쪽으로 열린다. 그래서 영어로 소통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혹시 아는가? 정말 이들과의 인연으로 다음에 APU에 강의하러 올지도. ^^

다음에 스페이스 벳부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수업을 열어보는 것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 사실 나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학사 자격을 내년 초에 받게 된다. 그러면 한국어교원 2급 자격으로 전 세계에 있는 세종학당에 지원해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혹시 누가 아는가? 이곳에 와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생길지도. ^^

헤어질 무렵에는 함께 사진도 찍고, 꼭 그곳에 들러보겠다고 했다. 마침 한국에서 가져온 한글 티셔츠가 세 벌 있다. 다음에 방문할 때 이들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내가 벳부에서 만난 첫 친구들이니 말이다. 아마 무척 좋아할 것이다. 토요일쯤 들러서 좀 더 교류를 해보면 좋겠다.

한 번 다녀간 사람을 단골이라고는 안 한다

14:26 — 계산대 옆에 손님들 사진이 잔뜩 꽂혀 있다
14:26 — 계산대 옆에 손님들 사진이 잔뜩 꽂혀 있다

가게 입구의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보니, 아마도 일본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이 다녀간 사진이 아닌가 싶었다. 한 번 다녀간 사람한테 단골이라고는 안 한다. 두 번 가고 세 번 가면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게 된다. 꼭 사진까지는 아니라도, 서로의 기억에 새겨지는 관계는 조금의 노력으로도 만들 수 있다.

14:26 — 나오는 길에 돌아본 히토야스미. 초록 천막이 걸린 이 집이다
14:26 — 나오는 길에 돌아본 히토야스미. 초록 천막이 걸린 이 집이다

동쪽이었다

15:06 — 가메노이 버스 안내지
15:06 — 가메노이 버스 안내지

내일 쓸 버스 1일권을 사러 나섰다. 구마하치 동상 앞에서 시작해 서쪽 출구까지 갔다가, 결국 다시 동쪽으로 돌아왔다.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만 했다. 내가 인터넷상의 정보를 너무 맹신한 나머지 정확한 판단을 빨리 하지 못한 탓이다. 바로 관광안내소로 갔어야 했다.

15:09 — 역 안의 관광안내소. 여기였다
15:09 — 역 안의 관광안내소. 여기였다
15:10 — 주유패스 4,800엔, 지옥 콤보 3,500엔. 내가 살 건 따로 있었다
15:10 — 주유패스 4,800엔, 지옥 콤보 3,500엔. 내가 살 건 따로 있었다
15:24 — 와이드 1일권 1,800엔. 2026년 10월, 그리고 일련번호
15:24 — 와이드 1일권 1,800엔. 2026년 10월, 그리고 일련번호

벳부와 유후인 전체를 커버하는 와이드 티켓 1일권을 1,800엔에 구입했다. 내일은 이 티켓으로 여기저기를 다니게 된다. 정말 찐 관광객으로 변신하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