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엔짜리 첫 탕에 몸을 담그고, 꼬치 일곱에 맥주 두 잔. 돌아오는 길엔 지도를 켜지 않았다.


간단히 숙소에 들러 재정비를 하고 온천으로 향한다. 벳부에서의 첫 온천은 어떤 느낌일까? 입장료가 250엔이라고 하던데 우리 돈으로 2천 원 남짓의 금액이다. 과연 어떨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도착한 온천은 정말 조용한 주택가 한 곳에 자리해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입장료 250엔을 내고 들어간 탕은, 온탕과 열탕 두 곳에 씻을 수 있는 자리 네 곳 정도가 있는 조그만 온천이었다. 세면도구는 모두 챙겨서 가야 한다. 눈치껏 탈의를 하고 탕에 들어간다.
우와!!! 노근노근 바로 이거다…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했다.
미지근한 탕도 뜨거운 탕도 견딜 만했다. 뜨거운 쪽은 우리나라 열탕 정도의 온도다. 무엇보다 물이 매끈매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물을 단순천이라 부른다고 한다. 성분이 옅고 자극이 적어서 매일 들어가기 좋은 물이라는 뜻이다. 벳부 시내의 탕들이 대개 이쪽이라고 한다.
이 지역의 어르신들이 조용히 목욕을 하고 계셨다. 곤방와 하고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조용히 목욕만 하는 분위기라 나도 조용히 목욕만 했다. 20여 분 남짓 몸을 담근 후 나왔다. 정말 최고였다. 날마다 이런 온천 물에 담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좋았다. 1일 2온천도 가능할 것 같았다. ^^


다만 하나 배운 것이 있다. 탈의실 보관함이 100엔이었는데, 끝나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더니 안 나오는 것이다. 입장료가 250엔인데 보관함이 100엔이라니. 이거 어쩌란 말인가.
하나 배웠네?
다음부터는 탈의 바구니만 쓴다.


노곤노곤해진 깨끗한 몸을 이끌고 가는 곳은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야키토리 카츠다. 야키토리로 나름 좋은 평이 있는, 숙소 코앞의 집이었다. 마침 빈자리가 있어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일단 오마카세 다섯 꼬치를 시키고 나마비루를 시켰다.

오마카세 고혼 오네가이시마스. 나마비루 쿠다사이. 오늘 처음으로 입 밖에 내본 일본어 두 마디였고, 둘 다 통했다.

온천욕 후 마시는 기린 이치방시보리는 정말 환상이었다.


이어서 나온 야키토리. 그 어디에서도 먹기 힘든 맛이었다. 아주 좋다. 혼자여도 참 좋다. 맛있게 추가로 몇 개의 꼬치를 시키고 두 잔의 맥주를 비운 뒤에야 그곳을 나섰다. 요즘 달리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 아주 가성비가 좋다. 두 잔만 마셔도 기분이 좋아진다.

3,000엔을 냈더니 10엔을 돌려준다. 오늘 하루의 마지막 계산이 이렇게 끝났다.
이제 구글맵을 켜지 않아도 숙소를 찾아갈 수 있다. 벌써 적응한 것인가? 아니다.
이곳은 도시라기보다는 마을 같은 느낌이다.
마을에서 지도 보고 다니지는 않지 않은가!!


숙소로 가는 길목의 아기자기한 가게에서 삼삼오오 사람들이 맛난 음식을 먹고 맛난 술을 한잔 나누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싶었다. 그곳에 잠시지만 살아보는 느낌은 나쁘지 않다. 이제 첫날인데 나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오늘 간 집은 각자 조용히 먹는 분위기였다. 내일은 이 시장 골목의 작은 가게 중 한 곳에 가보고 싶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함께 친구가 되는, 그런 느낌의 집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실제로 아주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과연 내일부터는 어떤 소소한 삶들이 채워질지 기대되는 밤이다. 오늘은 코골이 짐승이 나 혼자이기에 편안하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겠다.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