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두 곳과 바다, 그리고 이 도시를 만든 사람. 해가 지기까지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짧게 업무를 정리하고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직 해가 지려면 한 시간쯤 남아 있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코스는 정해져 있다. 카이몬지에서 온천을 하고, 야키토리에 맥주 한잔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먼저 간 곳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인 다케가와라 온천이다. 곡선을 그리는 당파풍 지붕의 일본식 온천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가장 오래된 목조 아케이드 다케가와라코지 골목이 있었다.

여기는 탕만 있는 게 아니라 모래찜질(스나유)이 있다. 모래에 묻혀 십 분쯤 있는 것이 적당하다고 친절하게 적혀 있다. 오늘은 지나치지만 열흘 안에 한 번은 눕고 갈 생각이다.



다음으로는 이 온천과 비슷한 시대에 다른 양식으로 지어진 에키마에 고토온천이다. 15분쯤 걸어서 도착했다. 정말 설명대로 비슷한 시기에 생긴 온천 건물이지만 전혀 다른 양식으로 지어진 온천이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입장하는 문 자체가 온탕과 열탕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오늘 여기를 갔다면 난 온탕으로 갔을 터이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숙박도 운영하고 있었다. 요금표를 보니 넓은 방이 2,500엔, 개인실이 평일 3,500엔이었다.
온천에서 숙박을 겸하는 것을 일본에서는 도지(湯治)라고 한다고 한다. 과거 온천 관광이 활성화되었을 때, 치료차 휴양차 온천에 들어 며칠을 묵다가 가는 식의 여행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옛날만큼 온천 때문에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지만, 그런 문화가 이런 곳에 아직 남아 있음이 참 신기했다. 숙박하는 사람한테는 온천 입장료 받나? (별거 아닌데 급 궁금해진다…)

지금 어두워지기 시작하니까 거리에 불이 켜지고
훨씬 분위기 있어졌어.

이제 다시 벳부역으로 향했다. 아까 도착해서 보았던 동상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이 사람은 아부라야 구마하치로, 벳부를 온천 관광 지역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가메노이 호텔을 열고 지옥순례 관광버스를 운행해서, 벳부가 일본 온천 휴양지로서 번성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진 사람이었다.

쌀 거래로 크게 벌었다가 파산하고, 미국을 떠돌다 쉰 가까운 나이에 이 도시에서 다시 시작한 사람이다. 발치에는 잇슨보시가 서 있다. 작아도 큰일을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따가 들른 바닷가 근처 길바닥에도 이 사람의 손도장과 옛 버스 사진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이 사람은 이 도시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 마케팅 관점에서도 정말 특출난 사람이었다고 한다. 크게 세 가지로 그의 인사이트를 정리해 볼 수 있다.
하나. 그는 자기 호텔을 파는 대신 도시를 팔았다. “산은 후지, 바다는 세토내해, 온천은 벳부”라는 문구를 전국에 뿌린 것이 그것이다. 카테고리를 먼저 세우고 그 안에서 1등을 먹는 방식이었다.
둘. 무섭기만 하던 땅을 ‘지옥순례’라는 코스로 묶고 버스에 여성 가이드를 태워, 온천물이 아니라 그 하루의 기억을 팔았다.
셋. 유후인으로 넘어가는 산길 도로를 직접 밀어붙였다. 좋은 상품을 만들고 손님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손님이 오는 경로 자체를 손봤다.

단순히 자신의 사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 애썼다는 게 되게 대단한 부분일 것 같아.
벳부역을 다시 둘러보고 향한 곳은, 드디어 내일 아침 러닝 코스로 정한 바닷가 길이다. 사실 이곳에 오기까지 제대로 바다를 보지 못했다. 벳부역에서 15분쯤 걸어 내려가니 다시 큰길이 나왔다. 이 길만 건너면 바다가 보인다고 지도에 나와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커다란 슈퍼마켓이 있었다.


먹거리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게다가 다양한 도시락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 일본에서는 마감 시간 전에 아주 파격적으로 세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느지막이 가면 맛있는 도시락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잠시 들러보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오후 6시인 지금 벌써 반값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아마도 소도시의 마트인 만큼 폐장 시간이 이르기에 이렇게 빨리 붙이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폐장이 오후 8시였다.
할인하는 도시락을 그대로 두고 일단 바닷가로 향했다. 내일 아침에 올 곳이기에 눈으로 익혀두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해가 많이 져서 어두워졌지만 바다는 바다였다. 저 너머에 오이타도 보였다. 오사카에서 고베를 바라보는 느낌과 거의 유사했다. 어둠 속에선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도 있고 조용히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와 드디어 바다에 왔어 와,
이게 완전히 다른 풍경인데? 멋지다.


조용히 걷다 보니 왼편에 타워가 하나 보였다. 바로 벳부 타워다. 생각보다 낮은 타워이지만, 실은 이 타워는 유명한 ‘타워 6형제’ 중 하나라고 한다. 내진 구조의 권위자인 나이토 다추가 지은 타워로, 도쿄·오사카·나고야·삿포로·하카타에 있는 타워 중 세 번째로 지어졌다. 도쿄 타워보다 1년 빠르다.
불빛 조명이 들어온 타워는 이 도시를 더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언젠가 낮에 올라가 보면 온천수의 수증기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가봐야겠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마트에 가니 할인하는 도시락들이 많이 빠졌지만 아직 살 수 있는 것들이 남아 있었다. 맛난 도시락과 음료, 그리고 숙소에서 마실 맛난 수제맥주 두 병을 구입했다.

장 본 봉지를 들고 돌아오는 길은 일부러 큰길을 버리고 골목으로 들어섰다. 상점가 안쪽에 붉은 얼굴에 코가 긴 텐구가 앉아 있는 작은 신사가 있었다. 지도에 없던 것을 만나는 건 골목으로 다닐 때뿐이다.
여기는 밤거리가 진짜 일본 같아. 뭔가 이렇게 불그스름하면서
큰 일본 글씨들이 많이 있는 그런 진짜 일본 골목이야.

뿌듯하다. 이렇게 식량을 비축하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