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맞은 첫 아침. 체크아웃까지 한 시간 남짓을 빌려 도심 속 절에 다녀왔다.

어제의 코골이 짐승들을 견디고 맞은 아침이다. 몸을 반쯤 일으키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한 평짜리 방. 그래도 눈을 떴고, 오늘은 벳부로 간다.
잠을 충분히 자고 일찍 일어났더라면 좀 더 멀리 러닝을 하면서 둘러보고 싶었는데, 대충 챙기고 업무 메일까지 보내고 나니 벌써 9시가 넘었다. 11시가 체크아웃이라 10시 30분까지는 돌아와서 씻고 나와야 하기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

그래서 쇼후쿠지에 다녀오기로 했다. 일본 선종의 출발점이 된 절이다. 15분 남짓 걷다 뛰다를 반복하니 도심 속 고요한 절에 닿았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깥은 출근하는 도시, 안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절이었다. 이 경계가 참 이상하고 좋았다.


건물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나무 냄새도 맡아보고, 처마 밑 문양들도 들여다봤다. 누가 봐도 일본 일본했다. 얼마 전 다녀온 불국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사찰이 다양한 감정을 다양한 색으로 드러낸다면,
일본의 사찰은 무채색으로 감정을 누르고 감추는 느낌이다.


그 나름의 느낌이 있다. 조용히 걸으니 마음이 잠시 차분해졌다.

어제 배운 꿀팁 하나. 체크인할 때 받은 QR과 방 번호는 반드시 사진으로 찍어둘 것. 이 건물 안에서는 그게 내 신분증이다.

캡슐호텔에서 더 머물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바로 기차역으로 이동하기에 딱이었으니 말이다. 아침에 편의점에서 사온 주먹밥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12시 30분쯤 캡슐호텔을 나섰다. 숙소카드는 기념으로 가져갈까도 했지만 회수함에 넣고 숙소를 떠난다.


숙소 앞에는 마침 점심시간이라 처음 보는 풍경이 보였다. 길거리에서 만들어온 도시락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 보였다. 기차 안에서 먹으면 되겠다 싶어 그중 한 곳에 가서 도시락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650엔. 밝은 미소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중 맛있어 보이는 걸 골라 들고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미리 발급한 QR코드를 스캔하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마도 종이 티켓이었으면 그냥 바로 들어갔을 터인데, 핸드폰을 이리저리 찾아 스캔하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아날로그가 더 좋은 때도 있다.
스캔하고 들어가니 기차표 상태가 변했다. 그리고는 뭔가를 스캔하라는데 스캔할 데가 없었다. 끝까지 없었고 기차 안에서 물어봐도 그냥 두면 되는 것이었다.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어쨌든 개찰구는 통과했다. 이제 기차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