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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살이 벳부

2일차 · 9/29 화 · 4편 중 1

하카타의 마지막 아침

Leave before you miss home.

일본에서 맞은 첫 아침. 체크아웃까지 한 시간 남짓을 빌려 도심 속 절에 다녀왔다.

캡슐에서 눈을 뜨다

08:19 — 하루의 첫 얼굴. 관 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한 한 평
08:19 — 하루의 첫 얼굴. 관 같기도 하고 우주선 같기도 한 한 평

어제의 코골이 짐승들을 견디고 맞은 아침이다. 몸을 반쯤 일으키면 천장에 머리가 닿는 한 평짜리 방. 그래도 눈을 떴고, 오늘은 벳부로 간다.

일본에서의 첫 아침

잠을 충분히 자고 일찍 일어났더라면 좀 더 멀리 러닝을 하면서 둘러보고 싶었는데, 대충 챙기고 업무 메일까지 보내고 나니 벌써 9시가 넘었다. 11시가 체크아웃이라 10시 30분까지는 돌아와서 씻고 나와야 하기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

09:37 — 나서는 길. 아침의 하카타는 조용하다
09:37 — 나서는 길. 아침의 하카타는 조용하다

그래서 쇼후쿠지에 다녀오기로 했다. 일본 선종의 출발점이 된 절이다. 15분 남짓 걷다 뛰다를 반복하니 도심 속 고요한 절에 닿았다.

09:45 — 걷다 뛰다 하는 중. 아침 공기가 좋다
09:45 — 걷다 뛰다 하는 중. 아침 공기가 좋다
09:47 — 절 뒤로 그대로 빌딩이 서 있다
09:47 — 절 뒤로 그대로 빌딩이 서 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깥은 출근하는 도시, 안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절이었다. 이 경계가 참 이상하고 좋았다.

09:59 — 산몬(山門)
09:59 — 산몬(山門)
09:53 — 문짝 사이로 보이는 안쪽
09:53 — 문짝 사이로 보이는 안쪽

건물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나무 냄새도 맡아보고, 처마 밑 문양들도 들여다봤다. 누가 봐도 일본 일본했다. 얼마 전 다녀온 불국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09:52 — 처마 밑. 올려다보면 이런 얼굴이다
09:52 — 처마 밑. 올려다보면 이런 얼굴이다
09:51 — 불전. 정면으로 서면 소리가 멎는다
09:51 — 불전. 정면으로 서면 소리가 멎는다
우리 사찰이 다양한 감정을 다양한 색으로 드러낸다면,
일본의 사찰은 무채색으로 감정을 누르고 감추는 느낌이다.
10:01 — 興禅護國. 선(禪)을 일으켜 나라를 지킨다
10:01 — 興禅護國. 선(禪)을 일으켜 나라를 지킨다
10:01 — 기와와 돌을 켜켜이 박아 쌓은 담
10:01 — 기와와 돌을 켜켜이 박아 쌓은 담

그 나름의 느낌이 있다. 조용히 걸으니 마음이 잠시 차분해졌다.

캡슐을 나서며

10:21 — 방 번호는 426. 카드를 대면 열린다
10:21 — 방 번호는 426. 카드를 대면 열린다

어제 배운 꿀팁 하나. 체크인할 때 받은 QR과 방 번호는 반드시 사진으로 찍어둘 것. 이 건물 안에서는 그게 내 신분증이다.

10:50 — 라운지로 돌아와 노트북과 주먹밥
10:50 — 라운지로 돌아와 노트북과 주먹밥

캡슐호텔에서 더 머물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바로 기차역으로 이동하기에 딱이었으니 말이다. 아침에 편의점에서 사온 주먹밥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12시 30분쯤 캡슐호텔을 나섰다. 숙소카드는 기념으로 가져갈까도 했지만 회수함에 넣고 숙소를 떠난다.

12:27 — 사람은 없고 기계만 있다. 카드를 넣으면 그걸로 끝
12:27 — 사람은 없고 기계만 있다. 카드를 넣으면 그걸로 끝

650엔 도시락

12:31 — 파란 바구니에 담긴 점심들
12:31 — 파란 바구니에 담긴 점심들

숙소 앞에는 마침 점심시간이라 처음 보는 풍경이 보였다. 길거리에서 만들어온 도시락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 보였다. 기차 안에서 먹으면 되겠다 싶어 그중 한 곳에 가서 도시락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650엔. 밝은 미소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중 맛있어 보이는 걸 골라 들고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12:34 — 하카타역
12:34 — 하카타역
12:35 — 하카타역 앞
12:35 — 하카타역 앞

미리 발급한 QR코드를 스캔하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마도 종이 티켓이었으면 그냥 바로 들어갔을 터인데, 핸드폰을 이리저리 찾아 스캔하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아날로그가 더 좋은 때도 있다.

스캔하고 들어가니 기차표 상태가 변했다. 그리고는 뭔가를 스캔하라는데 스캔할 데가 없었다. 끝까지 없었고 기차 안에서 물어봐도 그냥 두면 되는 것이었다.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어쨌든 개찰구는 통과했다. 이제 기차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