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타이 대신 라멘집. 그리고 라운지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이 되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호텔을 나섰다.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욕심 같아선 야타이를 가보고 싶었지만 비도 오고 해야 할 일도 있고 해서, 미리 알아봐둔 라멘집으로 가기로 했다. 정말 맛있는 돈코츠라멘을 먹고 싶었다.

드디어 도착한 라멘집.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반겨준다. “이랏샤이마세—!”


자판기에서 교자·맥주·라멘 3종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1,520엔, 우리 돈으로 13,700원쯤 된다. 엔저라서 일본 여행하기에는 적기인 것 같다.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보자.





라멘은 그런대로 맛있었다. 그런데 내 입맛에는 조금 짠 느낌이 강했다. 교자는 아주 조그매서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맥주도 그냥 목을 축일 만한 액체였다. 총평은 그냥 그랬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숙소 근처에서 이 밤에 따뜻한 밥 한 끼를 편안하게 먹었다는 데에 의미를 둘 만한 것이었다. 밤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열일 모드로 들어간다. 캡슐호텔의 라운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먹고, 그리고 많은 이들이 노트북을 펴 들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도 아주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꺼내 들고 집중해서 업무를 보았다.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그냥 일하는 곳만 옮겨놓은 것이다.
사실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긴 하다.
역시 데드라인만큼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일이 잘 되었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내가 마지막 한 사람이 되어, 뿌듯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접고 캡슐 속으로 들어갔다.





캡슐 속! 아득하다. 그런데 드르렁 드르렁 사방에서 울리는 코 고는 소리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자세도 바꾸어보고 양도 100마리 넘게 세어보아도 잠이 안 온다.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오는 상태는 아주 피곤하다. 그래서 결국 아침에 보낼 제안서 작업을 하나 더 해놓고 어렵게 잠에 들었다.

지리산 산장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렇게 코 고는 짐승들(나 포함)이 많은 곳에서는 먼저 잠드는 사람이 장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