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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살이 벳부

1일차 · 9/28 월 · 3편 중 3

일하는 곳만 옮겨놓았다

Leave before you miss home.

야타이 대신 라멘집. 그리고 라운지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이 되었다.

라멘집을 찾아서

20:37 — 라운지. 이미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20:37 — 라운지. 이미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체크인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호텔을 나섰다.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욕심 같아선 야타이를 가보고 싶었지만 비도 오고 해야 할 일도 있고 해서, 미리 알아봐둔 라멘집으로 가기로 했다. 정말 맛있는 돈코츠라멘을 먹고 싶었다.

20:40 — 가는 길. 우산 쓰고 줄 서는 집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40 — 가는 길. 우산 쓰고 줄 서는 집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라멘집.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반겨준다. “이랏샤이마세—!”

21:11 — 입간판. 라멘·교자·생맥주 세 줄이 한국어로도 적혀 있다
21:11 — 입간판. 라멘·교자·생맥주 세 줄이 한국어로도 적혀 있다

1,520엔

21:12 — 자판기에서 고르고 카드로 결제한다
21:12 — 자판기에서 고르고 카드로 결제한다

자판기에서 교자·맥주·라멘 3종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1,520엔, 우리 돈으로 13,700원쯤 된다. 엔저라서 일본 여행하기에는 적기인 것 같다. 누릴 수 있을 때 누려보자.

21:12 — 카운터 너머. 한 사람이 다 만든다
21:12 — 카운터 너머. 한 사람이 다 만든다
21:13 — 먼저 맥주부터
21:13 — 먼저 맥주부터
21:16 — 그리고 라멘
21:16 — 그리고 라멘
21:16 — 3종 세트가 다 차려졌다
21:16 — 3종 세트가 다 차려졌다
21:17 — 면은 이런 굵기
21:17 — 면은 이런 굵기

라멘은 그런대로 맛있었다. 그런데 내 입맛에는 조금 짠 느낌이 강했다. 교자는 아주 조그매서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맥주도 그냥 목을 축일 만한 액체였다. 총평은 그냥 그랬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가 싶기도 하다.

21:25 — 그래도 국물은 꽤 남겼다
21:25 — 그래도 국물은 꽤 남겼다
21:26 — 나오면서 다시 본 간판
21:26 — 나오면서 다시 본 간판

그래도 숙소 근처에서 이 밤에 따뜻한 밥 한 끼를 편안하게 먹었다는 데에 의미를 둘 만한 것이었다. 밤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새벽 두 시

이제 열일 모드로 들어간다. 캡슐호텔의 라운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먹고, 그리고 많은 이들이 노트북을 펴 들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나도 아주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꺼내 들고 집중해서 업무를 보았다.

22:09 — 다들 노트북을 펴 들고 있다
22:09 — 다들 노트북을 펴 들고 있다
22:09 — 마침 내일 아침 10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가 있었다
22:09 — 마침 내일 아침 10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가 있었다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그냥 일하는 곳만 옮겨놓은 것이다.
사실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긴 하다.

역시 데드라인만큼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일이 잘 되었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내가 마지막 한 사람이 되어, 뿌듯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접고 캡슐 속으로 들어갔다.

02:05 — 라운지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
02:05 — 라운지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
02:22 — 아까는 자리가 없던 곳이다
02:22 — 아까는 자리가 없던 곳이다
02:23 — 체크인 기계도 혼자 켜져 있다
02:23 — 체크인 기계도 혼자 켜져 있다

코 고는 짐승들

02:24 — 복도. 신발이 놓인 칸마다 사람이 자고 있다
02:24 — 복도. 신발이 놓인 칸마다 사람이 자고 있다
02:26 — 내 칸
02:26 — 내 칸

캡슐 속! 아득하다. 그런데 드르렁 드르렁 사방에서 울리는 코 고는 소리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자세도 바꾸어보고 양도 100마리 넘게 세어보아도 잠이 안 온다.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오는 상태는 아주 피곤하다. 그래서 결국 아침에 보낼 제안서 작업을 하나 더 해놓고 어렵게 잠에 들었다.

02:33 — 드디어 캡슐 속
02:33 — 드디어 캡슐 속
지리산 산장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렇게 코 고는 짐승들(나 포함)이 많은 곳에서는 먼저 잠드는 사람이 장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