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일곱 곳을 돌고 나와, 이름이 HELL인 가게에 앉았다. 거기서 두 사람을 만났다.
모두 불이 밝혀진 이곳의 밤거리는 이미 내게 익숙한 곳이다. 지도를 켜지 않아도, 아주 조금 술에 취했어도 저절로 발길이 집 방향으로 향한다. 나흘 만에 생긴 일이다. 그렇게 걸어 집에 거의 다 와갈 무렵, 매일 지나치며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던 the HELL이라는 곳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오늘 낮에 지옥 일곱 곳을 돌고 나와서, 밤에는 이름이 HELL인 가게에 앉게 된 셈이다.

정식 이름은 the HELL Record & Sour다. 레코드를 틀고 제철 과일로 만든 사워를 파는 가게로, 2019년 4월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찾아보니 주인은 이곳 APU를 나와 도쿄에서 일하다가 벳부로 돌아와 이 가게를 차린 사람이라고 한다. 벳부의 진짜 매력은 온천을 넘어 사람과 국제교류에 있다는 것이 가게를 연 이유라고 적어두었다.
좁은 통로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 같은 것들이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벽을 보니 여러 소셜 이벤트를 안내하는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특히 LP로 음악을 틀어주고 있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곳에는 APU라는 국제 대학이 있어서 여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시끌벅적 떠들고 있는 친구들도 이 학교 학생들이었다.
나는 바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또 맥주다. 잠시 홀짝거리고 있을 무렵 옆자리에 앉은 다른 손님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도쿄에서 여행차 왔다고 했다. 도쿄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한다고 한다. 벳부의 온천이 너무 좋아서 열 번도 넘게 왔다고 했다. 나는 여기 사흘째인데 벌써 온천을 세 번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다 엊그제 배운 말이 생각났다. 도지(湯治). 온천에 오래 머물면서 몸을 다스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벳부시 관광협회 설명으로는 천삼백 년쯤 된 풍습이고, 간나와 일대가 특히 도지의 고장이었다. 숙소 한가운데에 지고쿠가마(地獄釜)를 두고 방들이 그 둘레를 감싸는 가시마(貸間)라는 구조가 그때 생겼다고 한다. 몇 주씩 머물면서 스스로 밥을 쪄 먹고 탕에 들어가는 생활이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의 정의다. 관광협회는 요즘 「체재 기간과 상관없이 온천에 들어가고 거기서 잠을 자면 그것으로 훌륭한 도지」라고 말한다. 주말 이삼 박짜리를 「쁘띠 도지」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열 번 넘게 온 그 사람이나 열흘을 살아보겠다고 온 나나, 둘 다 도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바에서 일하는 친구는 니꼬라는 학생이었다. APU 2학년이고 경영학인가 관광학인가를 공부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내가 대뜸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없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독일이나 영국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한참을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꿈을 하나 정하고 그것부터 하나 둘 만들어가 보는 이야기를 해주니, 자신도 많은 것들을 도전해 볼 힘이 생겼다고 했다.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열심히 번역기를 돌려 일본어로 「あなたの夢を応援しています。」라고 해줬다. 당신의 꿈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이렇게 조금씩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것 같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들르기로 했다. 단골집 등록 완료.
오늘은 온전히 관광객이었다. 혼자서도 아주 잘 놀았다. 다른 날보다 술을 좀 마신 날은 탄수화물을 좀 섭취하고 자야 아침이 깔끔해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터라,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라멘집으로 향했다.

늦게 열어서 늦게 닫는 집이다. 저녁에 문을 열고 새벽 두 시까지 연다고 한다. 오십 년이 넘은 집이고, 차림표에 「쇼와 32년경 초대가 자란 구루메의 맛」이라고 적어두었다. 구루메(久留米)는 후쿠오카현의 도시인데, 1937년 그곳 역 앞 노점에서 돈코츠 라멘이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곳이다. 돼지뼈를 오래 고아 뽑은 뽀얀 국물에 가는 면을 쓰는 그 라멘이다. 이 집 차림표 맨 위에는 「替玉はありません」 — 면 리필은 없습니다 — 이라고 적혀 있다. 하카타에서는 당연한 그 문화가 구루메 쪽에서는 당연하지 않다고 한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말아주신 돈코츠 라멘은 꽤 깊은 맛을 가지고 있었다.

어르신의 따뜻한 한 그릇 덕분에 오늘 하루가 아주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참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 밀도 있는 하루였다. 아침에는 산 위에서 이 도시를 멀리서 내려다봤는데, 밤에는 같은 도시의 가장 좁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도시의 속살을 조금 더 들여다본 느낌이다. 오늘의 경험이 남은 시간을 어디로 어떤 모습으로 이끌어줄지 기대되는 밤이다.